칠레시인,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멕시코에서는 얼마 전 영화 『네루다』가 개봉해 부랴부랴 영화관으로 향했다.

 

이 영화는 칠레 시인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칠레의 일류 극작가 기예르모 칼데론 (Guillermo Calderón)이 각본을 맡고 재클린 케네디 실화 영화 『재키(Jackie)』를 연출한 감독 파블로 라라인 (Pablo Larrain)이 감독으로 만든 영화다. 최근 제 74회 골든 글로비 시상 외국어 영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영화 네루다 (Neruda)

 

 

먼저 간략한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다.

 


위대한 시인, 저항의 정치인, 그리고 인간!

 

1948년, 냉전이 도래한 칠레. 
상원의원 “파블로 네루다”는 의회에서 공개적으로 정부를 비난한다. 
그결과 대통령에 의해 탄핵되고 위험인물로 지목되어 경찰 수사반장 “오스카 펠루초뉴”에 의해 쫓기는 신세가 된다.
네루다는 화가인 그의 아내 “델리아”와 해외로 도망치려던 시도가 실패하면서, 어쩔 수 없이 남미에서 숨어 지내게 된다.
하지만 도망자로서의 드라마틱한 삶에서 영감은 얻은 네루다는 그의 역작 『모두의 노래 (Canto General)』를 쓴다. 
 
전설적인 시인의 도피 소식에 파블로 피카소를 필두로 한 유럽 예술가들이 네루다의 자유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다.
한편, 네루다는 숙적 오스카 펠루초뉴와의 쫓고 쫓기는 싸움을 통해 새로이 태어날 기회를 얻는다.
일부러 단서를 남기며 오스카와 게임을 벌이는 네루다. 둘의 관계는 점차 위태로운 동시에 친밀해진다.
도망치는 시인과 그를 뒤쫓는 인생의 적수. 이 과정에서 네루다는 위대한 문학가이자 자유의 상징으로 떠오르며 영웅이 되는데...

(출처: 네이버 영화)


 

시대 배경은 1946~1948년 후 냉전시대다. 영화는 칠레 공산당 출신의 상원 의원인 네루다의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연설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는 이 연설을 통해 현직 대통령과 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대통령의 화를 사 체포명령이 떨어져 도주를 벌이게 된다.

 

도피 생활 도중에도 그는 시 집필하는 데 소홀히 하지 않았고 여전히 그의 시는 많은 사람들, 특히 노동자들에게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실제로 이 도피 기간 중 집중적으로 집필한 《모두의 노래》는 몇년 뒤인 1950년 멕시코에서 처음 출간된다.)

 

영화의 대부분은 경찰 오스카의 내레이션으로 흘러간다. 오스카는 네루다를 쫓으면 쫓을 수록 애증과 동경이 복잡미묘하게 엉켜있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다 네루다의 작품 속 인물이 곧 자신이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영화 헛소동의 루이스 그네코(Luis Gnecco)가 시인 네루다 역할을 맡았고, 모터싸이클다이어리에서 체 게바라 역을 맡았던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Gael García Bernal)이 이번 영화에서는 네루다를 쫓는 수사반장 오스카 펠루초뉴 역을 연기했다.

 

영화가 사실에 입각한 부분 & 상상을 가미한 부분이 어떤 게 있는 지 분석한 BBC 기사다. 주소를 첨부하니 궁금한 사람들은 읽어보기 바란다.

 

 ☞ 기사제목: 5 cosas que son reales y 3 que no tanto en "Neruda", la película sobre el poeta chileno nominada a los Globos de Oro

   http://www.bbc.com/mundo/noticias-38374598

 

 

 [영화 Trailer]

 

 

 

그렇다면 영화에 나온 실존 인물, 파블로 네루다는 어떤 사람일까?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Pablo Neruda (1904~1976)

 

그는 칠레 대표 민중시인이다. 본명은 네프탈리 리카르도 레예스 바수알토 (Neftali Ricardo Reyes Basoalto)로 파블로 네루다는 필명이다. 철도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그 누구보다도 노동자의 삶을 잘 이해하며 문맹자와 광부 노동자들의 큰 지지를 얻었다. 그가 스페인 마드리드 영사로 있을 당시 목격한 1936년 스페인 내전은 그의 삶뿐만 아니라 그의 시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가난하고 힘 없는 민중들이 겪고 있던 고통과 아픔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공산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그의 시를 통해, 외세와 독재 권력에 맞서 투쟁을 벌이고 있는 칠레 국민 뿐만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민중 모두는 아픔을 치유하고 그들의 주권을 위해 싸우며 계속 전진해나갔다. 네루다는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라고 말하며, 시대를 충실히 증언하는 것이야 말로 시인의 역할, 즉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기며 작품 활동에 집중했다.

 

1971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노벨 문학상 수상연설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Hace hoy cien años exactos, un pobre y espléndido poeta, el más atroz de los desesperados, escribió esta profecía: A l’aurore, armés d’une ardente patience, nous entrerons aux splendides Villes. (Al amanecer, armados de una ardiente paciencia entraremos en las espléndidas ciudades.)


Yo creo en esa profecía de Rimbaud, el vidente. Yo vengo de una oscura provincia, de un país separado de todos los otros por la tajante geografía. Fui el más abandonado de los poetas y mi poesía fue regional, dolorosa y lluviosa. Pero tuve siempre confianza en el hombre. No perdí jamás la esperanza. Por eso tal vez he llegado hasta aquí con mi poesía, y también con mi bandera.


En conclusión, debo decir a los hombres de buena voluntad, a los trabajadores, a los poetas, que el entero porvenir fue expresado en esa frase de Rimbaud: solo con una ardiente paciencia conquistaremos la espléndida ciudad que dará luz, justicia y dignidad a todos los hombres.

 

 

Así la poesía no habrá cantado en vano.


번역을 해보면 이런 내용이다.

 

정확히 백 년 전, 가난하지만 훌륭한 시인, 그 누구보다도 사회에 절망하던 시인은 다음과 같이 예언을 썼어요. "날이 밝아올 때, 불타는 인내로 무장하고 찬란한 도시로 입성할 것이다."

 

저는 예언자 Rimbaud의 이 말을 믿습니다. 저는 지리적으로 철저히 고립된 나라의 조그마한 동네에서 태어났습니다. 저는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시인이었고, 저의 시는 멀리 퍼지지 않았고, 고통스럽고 비를 머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단 한 순간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습니다. 결코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마 제가 여기까지 (노벨문학상 수상) 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상 소감을 끝마치기 전에,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 노동자들, 시인들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미래는 Rimbaud의 말대로 될 거라고요. "불타는 인내를 지녀야만 빛과 정의, 존엄성이 가득한 찬란한 도시를 정복할 수 있다."

 

이처럼 시는 결코 헛되이 노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항상 민중의 편에 서서 정의와 평화를 위해 시를 쓰며 투쟁해 온 네루다는 라틴 아메리카 사람들에게 '사랑과 저항의 시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파블로 네루다 버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가 최근 몇 달 동안 간절히 바라며 외쳤던 말들이다. 이 말을 파블로 네루다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떻게 될까?

 

 

 "Podrán cortar todas las flores, pero no podrán detener la primavera"

- 그들은 모든 꽃을 꺾어 버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오는 봄을 막을 순 없을 겁니다.

 

눈 앞에 보이는 증거들을 인멸하고 사실을 부정하면서, 그들은 계획했던 시나리오가 완벽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밀과 부정, 비리는 언젠가는 다 수면 위로 떠올라 밝혀지기 마련이다. 파블로의 말처럼 아무리 꽃을 꺾는다 해도 봄을 막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시'가 가진 힘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민중을 위해 시를 쓰며 역사에 대항해 싸우고 또 싸웠다.

 

네루다를 보고 있자니 나는 윤동주 시인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대표 저항시인 윤동주는 일제시대 때 적극적인 독립 투쟁을 하지 않고 책상에 앉아만 있던 자신을 부끄러워했지만, 그가 쓴 '시'는 그 당시 한 청년을 통해 역사를 대변했으며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많은 깨우침을 준다. 길에 나가서 하는 것만이 투쟁은 아니다. 그는 '기록적인' 투쟁을 한 것이다.

 

글이 주는 희망, 용기, 힘 그리고 변화. 그 누구보다도 고민했을 위대한 시인들에게 존경을 느끼며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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