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작가,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의 Las batallas en el desierto

한국에서도 그랬듯 멕시코 서점에서도 나는 제일 먼저 베스트 셀러란으로 향한다. 많이 팔린 책일 수록 읽을 만한 가치가 더 높다거나 질이 더 나은 책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당시의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책을 읽어보진 않더라고 리스트는 항상 체크하는 편이다. 나 또한 보통의 사람들과 같은 것을 보고 겪으며 지내고 있기에, 내가 선호하는 책은 아니었지만 '베스트셀러'라서 읽어보게 된 책에서 생각 외의 큰 공감을 느낀 적이 많았다. 베스트셀러서적 100% 맹신은 아니어도 그것이 갖는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건 분명하니까.

 

멕시코 서점 베스트셀러는 아주 많은 부분, 전체의 거의 80% 정도가 해외작가들 작품이다. 해외작가의 서적만 팔려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나마 보이는 스페인어서적은 콜롬비아 작가 Gabriel García Márquez나 페루 작가 Mario Vargas Llosa 등 멕시코가 아닌 중남미 작가의 작품이 많이 읽히고 있었다. 나는 멕시코에 왔으니 다른 중남미 작가들도 좋지만, 멕시코 작가의 책을 읽어보고 싶어 친구에게 한 권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그런 내게 제일 처음으로 추천해 준 책이 'las batallas en el desierto'였다.


 

Las batallas en el desierto  (1981년 作)

작가: José Emilio Pacheco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

 


 

[줄거리]


Todo parecía posible en México a finales de los años cuarenta, recuerda Carlos, el narrador y protagonista de esta novela: el presidente inauguraba obras públicas a diario, avanzaba la industrialización, se incorporaban palabras inglesas y el mundo antiguo parecía quedarse atrás ante el impulso modernizador. Y a la salida de la escuela las diferencias se dirimían en las batallas de la pandilla en uno de los desiertos del barrio, donde jugaban a la guerra de Oriente Próximo. Ninguna experiencia, sin embargo, fue tan intensa para el niño que estaba a punto de convertirse en adolescente como el enamoramiento puro y arrebatado que vivió en cuanto conoció a la madre de su amigo Jim. La historia de esa iniciación amorosa, de su deseo imposible e incurable, que ahora reconstruye Carlos, es también la historia de la reacción de la sociedad adulta de aquellos años. Y en todos los comportamientos que acompañaron su primera adolescencia, el Carlos adulto descubre ahora las grietas y las fracturas de un mundo que encerraba en sí mismo una descomposición anunciada.

 


"Me acuerdo, no me acuerdo: ¿qué año era aquél?"라고 회상하며 Carlos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의 유년시절, 8살짜리 꼬마였던 Carlos는 친구 Jim의 집에 놀러 갔다가 그의 엄마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되며 감정을 품었지만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던 첫사랑 이야기다.

 

책의 페이지 수는 30페이지로 아주 짧다. 길이는 부담 없지만 내용은 결코 부담 없지 않은 책.

 

멕시코 전통사회에서 현대사회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이야기(una novela que involucra los aspectos tales como la corrupción social y política, el inicio del México moderno y la desaparición del país tradicional, y el rescate de las memorias individuales y colectivas de una ciudad.)를 보여주고 있다. 90년대 멕시코 시티의 사회상이 책 곳곳에 나타나 있으며 멕시코 시티에 살고 있는 사람 혹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이 책을 읽게 된다면 책에서 묘사하는 내용이 결코 어색하지 않을 것이다. 시티 곳곳의 거리명과 장소 등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내내 나도 그 공간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받았다. (경험과 배경지식은 책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는 걸 다시 한 번 깨달았다.)

 

Carlos는 자신의 사랑에 대해 그건 사랑이 아니라며 미친 꼬마아이 취급을 받자 이렇게 내레이션 한다.

Todos somos hipócritas, no podemos vernos ni juzgarnos como vemos y juzgamos a los demás.

그렇다, 우리는 우리의 잣대로 그 누구를 평가할 순 없다. 해서도 안되고.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도 있다. 1987년에 개봉한 Alberto Isaac 감독의 'Mariana, Mariana'이 바로 그 영화다. 유투브를 찾아보면 영화가 올라와 있으니 관심 있는 사람은 영화를 먼저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책의 작가는 누구일까?

 

작가 Emilio Pachecho(1939-2014)는 멕시코 출신으로, 20세기 멕시코의 가장 훌륭한 작가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 상(Premio Cervantes), 스페인•중남미 시 소피아 여왕 상(Premio Reina Sofía de Poesía Iberoamericana) 외 다수의 상을 받았다.

 


  - 서점에 갔는데, 벽면에 유명작가들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었다. 쭉 훑어보다 발견한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의 모습. (왼쪽에서 두 번째)


 

- José Emilio vivió por la literatura y para la literatura.

  문학 때문에 살고, 문학을 위해 산 작가, 호세 에밀리오.

 


그는 문학작가뿐만 아니라, 칼럼리스트, 영화시나리오 작가, 번역가 등으로 활동하며 큰 업적을 남겼다.

 

나는 책을 먼저 접하고, 작가가 궁금해져서 다큐멘터리를 찾아보게 됐는데 작가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또한, 번역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사람은 재작년 Canal Once에서 방영한 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추천한다. 아래 다큐멘터리를 보고 느낀 점은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줘서) 추후 추가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책 구입은 국내에선 물론 어렵다. 번역본도 없을 뿐더러 호세 에밀리오의 작품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에 있는 사람들은 아마존 사이트를 통해 구입이 가능하다. 얇은 책 한 권 구입하는 데 배송비가 부담스럽다면, 유투브에 올라와 있는 아래 오디오북을 통해 귀로 들으며 책을 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 제목 Las batallas en el desierto는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 생각해 보았다.

 

책에서는 소년 Carlos가 뛰어 노는 공간, 학교 마당을 las batallas en el decierto라고 묘사하고 있다. 어린 아이가 속해있는 작은 사회(학교) 속에는 다양한 출신(유대인, 무슬림 등)의 친구들이 있지만, 그곳에선 그들에 대한 많은 차별과 부당대우가 존재한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그러한 문제들을 바라보고 이해하며 평가한다. 이는 곧 어른들의 사회문제에도 직결된다. 1950년대 멕시코가 겪고 있던 현대문명으로의 과도기에서 오는 충돌과 불안이 제목 자체에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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