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와 욕은 어떻게 번역할까?

 

이번에 문학 작품을 번역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바로 '사투리'였다.


이전에 이와 관련해 짧게 얘기한 적이 있는데, 오늘 다시 한 번 더 이 주제에 대해 다뤄보고 싶어서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다.

 


[이전 포스팅] '사투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

   바로가기     (↓아래 참고)


사투리와 욕을 어떻게 번역할까에 대한 정답은 없다. 하지만 수업 시간 내내 타 언어권 번역가들과 토론한 내용을 공유하면 좋을 것 같아 정리해 보았다.





영어, 독어, 러시아어, 스페인어 등 전 언어권이 듣는 공통 수업 『문학과 번역』에서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을 보고 '사투리' 번역에 대해 토론을 했다.


 

웰컴 투 동막골은 북한, 경상도, 전라도 등 3개의 사투리가 동시에 나오는 유일한 영화다.


남한의 아이들이 남한의 욕 '개새끼'와 북한의 욕 '종간나'를 섞어서 쓰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영화 속 아주 중요한 point다. 하지만 번역에서 이 맛을 살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욕이 외국어 욕으로 바뀌게 되면


쌍간나,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

미친년,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쌍간나'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욕이 없기 때문에 '미친년' 정도로 바꾼다면 원문의 톤보다 번역 톤이 훨씬 약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욕/사투리 번역에서는 톤 조절이 필요하다. 



If. 만약 사투리를 다 뺀다면? 그렇게 되면 '욕'만 남기 때문에 작품이 주는 느낌이 원문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따라서 사투리를 그대로 살릴 순 없지만, 작품 전반적인 느낌에 사투리가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에는 마파도에 나온 ''을 예로 들어보자.


할머니가 쓰는 욕, 조폭들이 쓰는 욕이 나온다. 둘 다 욕은 욕인데 사용하는 단어와 느낌이 다르다.


그렇다면 번역에도 이 욕들의 차이가 드러나야 한다. 그러려면 영화 전체의 그림이 먼저 머리 속에 그려져야 한다.





사투리가 주를 이루는 작품은 사투리 때문에 번역을 할지 말지 부터가 고민거리가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희곡 번역 지원 사업에서 조광화 작가의 『남자충동』이 최종 리스트까지 올라갔다가 결국 번역 대상 리스트에서 빠졌는데 그 이유는 '사투리' 때문이었다. 


『남자충동』은 모두 전라도 사투리로 이루어졌다. 사투리를 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즉, 사투리가 빠지면 작품의 재미도 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투리를 번역해낼 수 없다면 작품 자체를 번역하는 건 의미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교수님께서 말씀해주신 사투리 번역 관련 일화]


Case 1.

한 일본어 번역가가 경상도 사투리가 나오는 작품을 일본어로 번역할 일이 있었다. 그 번역가는 경상도 사투리가 오키나와 사투리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해 오키나와 사투리로 바꿔서 번역할까 오랜 시간 고민을 했지만 결국 그렇게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왜냐? 일본 독자가 그렇게 번역된 책을 읽으면 한국 문학 작품 속 경상도 사람을 오키나와 사람이라고 느껴버리기 때문이다.



Case 2.

또 어떤 번역가는 미국 남부소설 속 주인공의 말투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전라도 사투리로 번역을 했다. 이것 때문에 번역가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왜냐? 미국 남부지역처럼 전라도도 차별 받는다고 생각하는 거냐, 두 지역이 같은 상황이라고 여기는 거냐 등의 비난을 받았다. 한 지역에 갖고 있는 (번역가의) 인식 혹은 편견을 번역에 드러내는 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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