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번역을 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

 

처음 번역을 시작할 때는 한 줄 한 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에만 집착했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번역수업 2년차에 들어오니, '숲'의 중요성을 깨닫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교수님께서 수업 시간에 말씀해 주신 조언들을 잊지 않고자, 그리고 번역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포스팅을 작성하게 되었다.


 

《번역을 시작하기 전에 고민해야 할 것들. 그리고 번역하는 내내 머리 속에 염두에 둬야 할 것들》

 

※ 번역하기 전, 해당 작품 최소 5번 읽기

 

 

■ 등장인물 성격 및 관계 Check하기

 : 각 인물들의 성격, 관계, 말투 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그래서 그 특징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나타나야 한다.

 

 ex) 처음에는 반말하던 사이가 나중에 갑자기 존댓말로 바뀌어 있으면 안 된다.

 

 그리고 등장인물 성격에 따라 말투나 단어 쓰임도 달라져야 한다.

 

 ex) 깡패가 "번호 좀 주시겠어요?"와 같은 말투를 쓰지 않을 것이다. "좋은 말 할 때 번호 내놔라!"가 더 어울린다.

 

 

■ 대비되는 주인공 특징 살리기

 : 보통 등장인물이 내가 되기 쉽다. 즉, 나의 말투나 성격이 번역에 반영되기 쉽다. 따라서, 각 인물에 내가 아는 인물을 넣어 상상해야 한다.

 

 ex) 등장인물 1이 선하고, 잘생기고, 착실한 젊은 남자라고 하면 그 인물에 '송중기'를 대입시켜 상상하고, 등장인물 2가 터프하고 반항기 넘치는 중년 아저씨라고 하면 '최민수'를 대입시켜 상상한다. 물론 꼭 연예인일 필요는 없다. 내가 아는 지인 중에 해당 주인공의 성격과 느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대입시켜 상상할 것.

 이렇게 작품 속 인물에 내가 아는 인물을 대입시켜 상상하는 일은 작품 번역 하는 내내 이루어져야 한다.


  

■ 작가에 대해 알아보기

 : 해당 작가의 이전 작품을 모두 읽어보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면 작가에 대한 기본 정보 조사는 필수적이다. 주로 어떤 스타일의 작품을 썼는지, 문체는 어떤지, 성격은 어떤지 등등.

 

 ex) 인물묘사가 뛰어난 작가로 유명하다면, 번역가 또한 인물묘사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 '제목'은 마지막까지 고민하기

 : '제목'은 작품을 읽기 전에 작품에 대해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따라서 작품을 번역하는 내내 가장 효율적인 제목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 '사투리'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기

 : 한국 문학 작품에서 많이 나오는 사투리가 작품 속에서 어떤 의미로 쓰여지고 있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우리가 번역하는 이번 작품 속에 사투리가 많이 나와서 그걸 스페인 친구들과 어떻게 바꿀까 고민을 해봤다.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 사투리로 바꿔봤더니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져서 원문과 어울리지 않았다. (참고로 원문 속 사투리를 쓰는 남자는 전형적인 경상도 남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사투리를 통해 작가는 '어떤 성격을 더해주려고 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주인공이 쓰는 말과 단어에 성격이 드러나도록 번역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 원작 vs 도착어

 : 한국어 문장은 스페인어 문장에 비해 보통 많이 짧다. 그래서 그걸 그대로 번역하면 스페인 독자 입장에서는 문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이야기의 흐름이 술술 흘러가야 하는데, 툭 하고 끊긴다는 것이다.

 

 이번에 번역한 작품은 유달리 한국어 문장이 길었다. 거의 10줄이 한 문장이기도 했는데, 그렇다면 이 긴 문장을 자를 것인가, 아니면 원문에 충실하게 그대로 유지할 것인가.

 

 이 부분은 처음부터 결정해서 진행해야 한다. 처음에는 문장을 잘랐다가 나중에는 붙였다가 이렇게 왔다 갔다 하면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다. 일관성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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