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스페인어 영화번역

 

참고로 이번 포스팅은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오역 논란이 크게 일면서 영화번역에 대한 말이 많았을 때 작성해 뒀던 것인데 다시 정리하고 추가해서 이제야 올리게 됐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트 워』 오역 논란.


번역가는 제 2의 창작자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스토리 전체의 흐름을 바꿔버리는 창작은 지양해야 한다.

과연 번역은 제 2의 창작인걸까? 어떤 면에선 Yes고, 어떤 면에선 No다.


좋은 번역가는 어떤 번역가일까에 대한 고민은 현재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금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번역가는 충실한 전달자가 아닌가 싶다. 연출자의 의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번역가가 자의적인 해석을 들이미는 건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스페인 영화 번역은 누가?

 

작년에 『인비저블 게스트(The invisible Guest)』라는 영화를 봤다. 스페인 스릴러 영화로 당연히 주인공들 모두 스페인어를 했다. 참고로 스페인어 제목은 『Contratiempo』

 

어떤 번역가가 번역을 했을까 호기심이 생겨 엔딩 크레딧에서 번역가를 살펴보는데, '황석희' 번역가였다. 또 어떤 영화를 번역했을까 궁금해서 검색해 봤는데, 그러던 중 마주한 충격 아닌 충격, 그는 영한 번역가였다! (황석희 번역가는 마블 영화 번역의 신이라고 불리며 이미 유명했지만, 사실 나는 마블 영화를 잘 보지 않았던 터라 그의 존재를 잘 몰랐었다.)

 

'영화는 모두 스페인어로 되어있는데, 왜 영-한 번역가가 번역을 했지?'라는 또 다른 의문이 생겨났다.

 

 

통·번역 쪽에 종사하고 있는 친구를 통해서 그 답을 얻을 수 있었다.

 

"보통 영어 대본이 기본적으로 다 있기 때문에, 영한 번역가를 찾지 서한 번역가는 찾지 않는다. 스페인어 영화 번역 시장은 정말 좁다.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책, 계약서, 문서 등 1차적으로 영어로 번역이 된 상태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스페인어→영어→한국어>

 

굳이 두 단계의 번역과정을 거쳐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문학번역을 하다 보면, 하다못해 한국어에서 스페인어로 바로 번역을 해도 본문에서 약간 벗어나곤 하는데 이 과정을 두 번 거친다면 원문의 의미를 잃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건 아닐까?

 

영어 영화 번역의 진입 장벽도 높은데, 스페인어 영화 번역의 진입 장벽은 대체 어디쯤일까. 갑자기 암울해진다.

 

 

영화 『코코(Coco)』 속 영어 대사

 

올 초, 가족과 함께 본 영화 『코코(Coco)』

 

영화의 배경은 멕시코 '죽은 자들의 날(Día de los muertos)'이다. 멕시코 사람들은 매년 10월 31일부터 11월 2일 사이에 이 날을 기념한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나 친구들을 기억하기 위해 제단을 꾸미고 퍼레이드를 하며 죽은 자들을 추모한다. 물론 우리나라처럼 엄숙하고 슬픈 분위기 속에서가 아니라 산 자와 죽은 자가 모두 함께 모이는 기쁘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말이다.

 

'코코' 영화는 디즈니·픽사에서 야심 차게 만든 영화라고 한다.

  

▷ 그런 의미에서 좋았던 점:

영화 속 보여지는 멕시코 문화와 생활상, 멕시코에서만 사용하는 표현들은 진짜다!


멕시코의 대가족 문화, 마리아치, 멕시코 사람들이 보는 사후세계, 멕시코 길거리, 민속 공예예술 알레브리헤 등등. 4년간 멕시코에서 현장 조사를 하면서 영화를 제작했다는데, 영화를 보면서 멕시코에 돌아간듯한 느낌이 들어서 반가웠다.

 


▷ 그러나 아쉬웠던 점:

디즈니.픽사에서 만든 영화라곤 하지만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한 가지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한 영환데, 왜 전체적인 대사는 영어냐는 것이다. 노래 부를 때만 스페인어로 나오고, 왜 멕시코 사람들이 영어로 말하고 있냐는 말이다.

 

스페인어로 대사가 나왔다면, 더 멕시코스러운 분위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너무나 안타까웠다.

 

 

황석희 번역가의 인터뷰

 

―좋은 번역가는 어떻게 되나?
“어렸을 때부터 글 쓰는 것을 좋아했다.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한 것이 영화 번역을 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됐다. 있는 것을 옮기되 ‘나만의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정확히 번역을 하되, 번역가의 시각이 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일이라 재미있다. 원작의 뜻을 그대로 담되 가장 자연스러운 한국어로 대사의 뜻을 온전히 전달하는 것이 좋은 번역가의 기본이자 전부인 셈이다.”

 

 

―외국 생활을 한 이가 많아진 것이 번역가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1990년대에는 영미권 문화를 접하기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관객은 자막에 대한 호기심이나 의구심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번역이 비판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요즘에는 오역과 오타 등과 관련된 피드백이 많이 온다. 어차피 모든 문화에 대해 알 수 없기에 관객을 통해 배우는 점도 많다.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번역 실수도 하나?
“번역 한 편에 1800개 정도의 문장이 나온다. 1800개의 문장을 시험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실수는 나올 수밖에 없다. 이때 관객한테 ‘혼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에러’ 가능성은 모두에게 있기 때문에 실수에 대해 빨리 인정하고 사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잘못을 ‘쿨하게’ 인정하고 블루레이 디스크(광 기록 방식 저장매체), 브이오디(VOD) 출시 때에는 재감수해서 번역을 넘긴다. 메일, 에스엔에스(SNS) 계정 등을 열어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히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것을 번역이라고 하지는 않는가 보다.
번역은 문화를 해석하는 것에 더 가깝다. 외국의 문화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의 문화를 익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문어가 아닌 구어를 다루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맥락에서 어떤 단어를 쓰는지, 언어의 맥락을 따져야 한다. 한국어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외국어 실력 역시 무시할 수는 없다. ‘잘된 자막’으로 평가받는 자막은 아주 사소한 디테일이 살아 있다. ‘올드패션드’(Old Fashioned)라는 단어를 ‘구식이다’보다는 ‘촌스럽다’로 번역하는 것이 더욱 자연스러운 것처럼 말이다. 물 흐르듯 흘러가는 편안한 단어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황석희가 번역한 노래 가사’ 시리즈가 유행한다. 콜드플레이, 켈리 클라크슨, 밥 딜런 등.
“영화보다 호흡이 짧은데다 시어로 이루어진 가사가 대부분이라 처음에는 고민을 많이 했다. 음악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다. <인사이드 르윈>과 같은 음악영화의 오에스티(OST) 번역을 하는 데도 노래 가사 번역이 도움이 됐다. 한국어 번역 가사를 불러도 어색함이 없어야 한다. ‘가사를 보면서 노래를 들으면 노래가 한국어로 들린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 가장 감동했다. 반년 전부턴 워너뮤직코리아의 발매 음반 노래를 번역하고 있다.”

 

 

 

 [참고기사]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839163.html#csidxd9ae74ea8607ba69c3bb3eba4ecc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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