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번역이야기 (한국어-스페인어 번역)

 

[번역노트]

 

이번 포스팅은 어떠한 지식을 전달하려는 목적은 아니고, 그냥 나의 고민을 공유하고 싶어 끄적여본 번역 노트다. '한국어-스페인어' 번역이 기본 베이스지만, 다른 언어권 번역자들도 겪는 어려움이라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다. 그래서 더 어렵지만, 그래서 더 재밌기도 한 게 번역인 것 같다.

 

아래는 나의 Notes.

 

 


 

나. 원문에 어느 정도까지 충실해야 할까는 여전히 어렵고 머리 아픈 고민거리다.

 

번역은 번역가와 작품의 대화를 통해 나온다는데, 끊임없이 심도있는 대화를 해야하는 것 같다. 어떨 때는 작가가 되었다가, 또 어떨 때는 작품 속 주인공이 되었다가, 또 어떨 때는 독자가 되었다가.


글자 그대로 살리는데 너무 사로잡혀있지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풀어지면 안 된다.

 


 ● 예 1.

언니와 형부가 후를 맞았다.

 

Mi hermana mayor y mi cuñado dieron la bienvenida a Hu.

Mi hermana mayor y su esposo dieron la bienvenida a Hu.

 

Comentario: 형부나 언니의 남편이나 같은 대상을 지칭하고 있지만, 한국말로는 다른 느낌을 준다. 한국 교수님은 esposo는 추천하지 않으셨다.

 

 ● 예 2.

윤과 슬은 그가 방명록에 뭐라고 남기는지를 유심히 살폈지만, 후는 아무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Yun y Sul prestaron bastante atención a qué escribía en el libro de visitas, pero Hu no dejó ninguna huella.

Yun y Sul prestaron bastante atención a qué escribía en el libro de visitas, pero Hu no escribió nada.

 


+

한국어 text는 주로 호흡이 짧다. 하지만 같은 길이의 text로 스페인어 번역을 하면, 스페인 사람들은 문맥이 뚝뚝 끊기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Comentario]

가장 좋은 건, 원문을 그대로 살리되 외국인들이 봤을 때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But, 언어 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1:1 완벽 대응은 불가능하다. 적정 balance를 찾는 게 제일 중요.

 

 


 

둘. 한글의 맛을 살리는 건 너무나 어렵다.


 왜냐하면, 아주 다양한 의성어와 의태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문체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언어 자체가 서로 다르고, 각 나라에서 쓰는 표현도 다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지만..

 


 ● 예 1.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 Un anciano de pelo

'성성한'을 살리기는 어렵다.

  

 ● 예 2.

2016년 한강 작가는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이번에는 작품 『흰』으로 한강 작가는 또 다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고 한다.

 

이 작품의 영문판 제목은 'The Elegy of Whiteness' . 그 이유에 대해 한강 작가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흰’도 있고 ‘하얀'도 있지만 두 단어가 느낌이 많이 다르잖아요. ‘흰'이라고 하면 아기의 베냇저고리와 수의처럼 삶과 죽음이 다 들어있는 있는 것 같은데 ‘하얀'이라고 하면 너무 깨끗한 솜사탕 같은 느낌이거든요. 특히 ‘흰'이라는 형용사 상태에 있을 때 뭔가 삶과 죽음이 서늘함이 다 담긴다고 생각했어요.

 

영문 제목은, 영국 편집자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한국에서는 ‘흰'과 ‘하얀'이 다른데 영국에서는 다 똑같다고 해서 편집자가 제안을 한 제목이에요. 한국어 책에서도 부제로 영문 제목을 넣어드리면 ‘흰'의 느낌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넣었습니다."

[참고기사]

http://bc.kyobobook.co.kr/front/subscribe/detailCotents.ink?contents_no=3535&orderClick=4h2


'흰'과 '하얀'이 주는 다른 느낌. 우리는 그 다름을 느낄 수 있는데, 영어처럼 스페인어에서도 '흰'과 '하얀'은 똑같다. 둘 다 'Blanco'로밖에 쓸 수 없다.

 

  


 

셋. 우리나라에만 있는 복잡한 호칭을 스페인어로 어떻게 바꿀 것인가.


이는 언어 자체에 존재하는 차이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다.


 


 

∴ 결국엔 Balance가 제일 중요! 그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두 언어 사이의 차이를 알고 있는 것이 기본이다. 끊임 없는 공부가 필요하다는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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