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않기'도 번역의 형태로 볼 수 있을까?

 

기사 제목: 외국에서 잘려나간 '흰옷' '엄마를 부탁해'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6/10/2018061002272.html

  

 

문학번역과 관련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게 됐다. 내용의 요지는 이렇다.

 

이청준 작가의 '흰옷'과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의 외국 번역본에서 원문의 상당 분량이 삭제되어 있다는 것이다. 몇 군데만 빠진 게 아니라 통째로 빠진 부분도 있다고 하는데, 그게 사실이라면 번역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삭제를 한 건지 이유를 듣고 싶었다.

 

 

기사에서는 아래와 같이 비판했다.

번역에서 '삭제'와 '생략'은 구분된다. 생략은 문장의 문법·구조적 측면에서 어떤 정보를 제거하는 것이고, 삭제는 원문의 필수 요소나 문장 전체를 아예 나타내지 않는 것을 일컫는다. 생략에 비해 삭제가 작품 미학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삭제'와 '생략'은 완전히 다르다. 우리는 그 둘을 구분해서 보아야 한다.

 

문학번역 수업의 모든 교수님들은 공통적으로 '생략'에 대해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느 부분을 '생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최대한 모든 걸 살리되, 정말 다른 방법이 하나도 없을 때 선택하는게 '생략'이다. 단어 변경보다도 더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게 생략이기 때문이다.

 

수업 시간에서조차도 단어 생략 하나 하는데 엄청 쩔쩔 매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 하고 생략하기로 결정하는데, 위의 기사처럼 통으로 빼버리는 것은 말 그대로 생략이 아닌 삭제며 아무래도 큰 문제가 있어 보인다.

 

 

번역의 창조성은 물론 존중되어야 한다. 번역 분야는 정답이 없는 분야이기에 100% 대중을 만족시킬 수 없다. 언어의 구조도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모든 글자 하나하나가 그대로 번역되는 것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창조에 대한 이유를 대중이 들었을 때 그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여야 할 것이다.

 

 

아래는 채식주의자 오역 논란에 대해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의 답변이다. 번역의 창조성을 내세워 반박했지만, 사소한 오역은 없어야할 것이다.

2016년 맨 부커 국제상을 받은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 영역본을 두고 오래 오역(誤譯) 논쟁이 벌어졌다. ‘팔’을 ‘발’로 오역한 사소한 경우에서부터 주어가 빠진 한국어 문장을 옮길 때 발화 주체가 뒤바뀐 오역까지 지적됐다. 심지어 지나친 윤문에 대한 비판도 등장했다.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는 “내가 번역한 ‘채식주의자’가 한국어 원전과 완전히 다른 작품이라고 말하는 건 어떤 측면에선 전적으로 옳다”며 번역의 창조성을 내세워 반박해왔다. 하지만 최근 그녀는 원작자와 협의한 끝에 60여 개의 오역을 수정하기로 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1/31/201801310333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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