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번역] 본문에 충실할 것인가 vs 의역할 것인가

¿Translate literally or fluently?


한국문학번역원 수업을 드디어 한 학기 끝냈다. 이것 저것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뭘 했나 싶을 정도로 시간이 훅 지나갔다. 번역 스타일이 다른 교수님들의 수업을 들으며 혼란 속에서 빠진 한 학기였다. 이게 맞는 건지, 아님 저게 맞는 건지.


갈팡질팡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초보 번역가의 고군분투. 이런 과정 속에서 나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며 그걸 만드는 게 이번 학기의 내 목표였다. 6개월 만에 뭘 얼마나 만들면 만들었을까, 그래도 문학번역이 이런거구나ㅡ를 몸소 체험하며 느꼈다는 것에 만족한다.



같은 문학 작품 but 다른 버전


번역 중에서도 특히 '문학' 번역은 문학이 갖고 있는 감성적 특성 때문에 번역가의 스타일과 성향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100% 달라질 수 있다. 어떠한 번역이 더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스타일의 차이기 때문이다.


수업을 하면서 번역가의 스타일에 대해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 친구는 정말 시적인 감성을 지니고 있어서 그런지 번역이 정말 시처럼 바뀐다. 반면, 한 친구는 평소에도 약간 무뚝뚝한 성격인데 이게 번역에도 나타나 객관적인 느낌을 주는 글로 바뀌었다.


― 번역가에 있어 언어적 역량뿐만 아니라 문학적 감각도 아주 중요한 필요요소라는 것!

  문학적으로 작품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다면, (냉정하게) 문학번역작가로서 자질이 부족하다고 보면 된다.



1. Translate literally "직역파"


▷본문에 충실한 번역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번역가.


― 번역가는 작가의 문장을 바꿀 권리를 갖고 있지 않다. 

― 한국 문학의 특징을 있는 그대로 살려내야 한다.

― 가독성을 빌미로 문학을 훼손해선 안 된다.


 [위험요소]

― 원어민이 보기에 어색한 표현이 나올수도 있다.



2. Translate fluently "의역파"


▷자연스러운 흐름을 위해 약간의 수정 및 의역이 필요하면 의역을 해도 좋다고 주장하는 번역가.


― 독자들이 읽었을 때 어색하지 않아야 한다.

― 필요한 경우에는, 두 세 개로 나뉘어 있는 문장들을 한 문장으로 합치기도 하고, 글 흐름을 방해한다고 생각되는 단어는 생략해야 한다.

― 보다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바꾼다.


 [위험요소]

― 사실 의역을 할 경우에 더 많은 위험요소가 존재한다. 의역을 하기 위해서는 번역가 개인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에 따른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참고로 그래서 데보라 스미스가 번역한 한강의 채식주의자 번역본에 말이 많은 이유다.)



※ 참고

 - '의역'의 뜻을 살펴 보면, 원문의 단어나 구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고 전체의 뜻을 살리어 번역함.



문학번역에 관한 나의 주저리 주저리


아래의 이미지를 한 번 보자.



Translators are like ninjas. If you notice them, they are no good.

번역가는 닌자와 같다. 자신의 정체를 들킨 닌자는 그날로 끝인 것처럼 번역가도 마찬가지다.


'그날로 끝이다'라는 내 번역이 조금 과격해 보일지 몰라도 사실이다. 번역가든 통역가든 자신의 존재가 드러내지 않을 때 비로소 가장 밝은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이번 포스팅의 주제, 본문에 충실할 것인가 vs 의역할 것인가.


솔직히 나는 이제 막 문학번역을 배우고 있는 입장으로서 어떤 것이 더 옳은 지는 잘 모르겠다. 전문 번역가들도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답을 줄 순 없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대한 답은 본인의 가치관과 주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번역에 대해 김석희 번역가는 이렇게 말했다. 저 한 줄의 말로 번역 일에 대한 무게를 공감할 수 있다.


번역은 '직역'과 '의역' 사이의 끊임없는 갈등과 조정의 과정이다.



 (개인적인 목표)

작가의 문체나 스타일을 훼손하지 않고 말하고자 하는 의도는 그대로 살리되, 동시에 번역서처럼 느껴지지 않게, 즉 외국인 독자들이 읽었을 때, 원래부터 그 나라 언어로 쓰여진 문학작품을 읽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게 번역하는 게 나의 꿈이자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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