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노벨문학상 수상 결과에 대한 짧은 논평


해마다 노벨 문학상 발표 시기가 다가오면 우리나라 시인 고은의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그리고 수상을 못하게 되면 그 원인이 뭘까를 앞다투어 보도한다. 대부분은 원인을 '번역'에서 보았다. 우리나라의 고귀한 문학작품을 번역하게 되면, 그 결과물(번역본) 수준이 낮다는 것이다. 즉, 양질의 번역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문학번역을 공부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왜, 노벨문학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가?


10월 10일자 코리아타임즈 사설 中


Since 2002, the Korean media habitually prints stories about whether Ko will win the Nobel Prize or not. Like Ishiguro and previous laureates, the winner of the Nobel Prize in Literature is someone who has moved global audiences with a universal message.


(주소: http://m.koreatimes.co.kr/pad/news/view.jsp?req_newsidx=237374)


한국 언론은 2002년부터 꾸준히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에 대한 기사를 뽑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집중해서 봐야 할 부분은) 이번에 수상한 이시구로 작가나 이전 수상자들은 보편적인 메시지로 전세계 독자의 공감을 얻었다는 점이다.



보편적인 주제 + 독특한 개성


한국 사람으로서 나 또한 우리나라 문학이 가진 특수성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하지만 특수성이라는 틀 안에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된다.


외국 문학 작품을 보면 이야기의 주제가 광범위해 그 나라 사람이 아니어도 작품을 읽었을 때 누구나 쉽게 공감을 할 수 있다. 사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나 또한 외국 소설을 즐겨 읽었던 것 같다. 어떤 소설을 읽어도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재미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으니까.


반면 우리나라 작품은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난해한 내용의 글이 많다. (사실 '많다'고 말하는 것도 내 편협한 주관일 가능성이 높다. 보편적인 의견을 낼 만큼 내 독서량은 많지 않기에) 어쨌든 '한국 작가의 작품은 어렵다'는 생각에 내가 스스로 나서서 찾아 읽어본 적이 별로 없었다.


한국인이기 때문에 발견하기 어려운 한국 문학의 특징이 궁금해졌다. 나야 한국인이니까 당연하다고 여기며 접하고 있는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해서 외국인은 어떻게 생각할까? 그래서 문학번역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스페인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 질문: 한국 문학 작품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너희 나라에서 인기가 있을 거 같아?


· 답변: 한국 문학들은 주제, 내용, 형식이 다 거기서 거기야. 비슷비슷해. 주제만 보더라도, 대부분 전쟁, 분단, 고향, 가족, 이런 게 전부야.



스페인 친구들의 답이 한국 문학 전반의 특징은 물론 아니겠지만, 그들의 답변이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는 분명 존재한다.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문학과 문화

by 한국문학번역원 세계번역가회담


한국문학번역원에서 진행한 세계번역가회담 중, 2부 테마 '외국인의 눈으로 본 한국문학과 문화'가 이번 포스팅 주제와 연관이 깊어 가져와봤다. 다양한 언어권 학생들은 어떤 한국 작가를 좋아하는지, 왜 좋아하는 지 등의 이야기를 다채롭게 들을 수 있다.


 [간단 요약]


# 박민규 작가 - 《카스테라》 《더블》

  → 박민규 작가의 문체는 시적이고, 한자어의 말장난이 아주 많아요. 이것들을 영어로 번역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죠. 독자로는 좋아하지만 번역가로서 약간 겁이 나는 작가에요.

  → 박민규 작가의 작품은 외국에서 잘 읽혀질 것 같아요. 인기 있을 내용이에요.


# 이장욱 - 《고백의 제왕》

  → 이장욱 작가의 단편집이에요. 이작가는 영화감독처럼 글을 써요. 그의 단편소설들을 바로 단편영화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영화 같은 글이에요.


# 고은 시인

  → 시는 굉장히 짤막해야 하고 그 속에 전달하려는 의미를 함축해야 해요. 그러나 그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시들이 많아요. 고은 시인은 그 능력을 갖고 있는 한국 시인이에요.


# 정호승 시인

  → 문정희 시인의 시는 사소한 일상생활을 이야기해요. 그 이야기들은 유머스럽고도 깊이 있는 내용이죠.


# 고전소설

  → 피천득 수필집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이나 구운몽 같은 고전소설을 좋아해요.



마지막에는 각자가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 중 본인의 모국어로 번역되어 있는 책의 한 대목씩 낭독하는데, 그 모습이 인상 깊으면서 곧이어 왠지 모를 감동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외국인 작가들의 하나같은 외침이 있었다. 


한국문학 번역을 할 때면, 고민이 아니라 고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려워요!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될까?

- 나부터 한국문학에 관심을 갖기


우리나라의 식자율은 98%에 달하지만, OECD 국가 중 책을 가장 안 읽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 식자율(Literacy rate) :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비율 (↔문맹률) )


노벨문학상 한 관계자는 한국 작가가 수상을 못하고 있는 이유를 묻자, 한국 사람들 조차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잘 읽지 않는데 어떻게 받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아이러니하다. 정작 나부터 그러하다. 고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고은 작가의 어떤 작품이 제일 좋았어요?'라는 질문에는 말문이 턱 막혀버린다.


사람들은 갈수록 책을 찾지 않는다고 하는데, 노벨상 발표 시기에만 반짝 관심 가지면서 수상을 바라는 건 요행이 아닐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이는 결과주의와 성과주의에 목 매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성향과도 깊게 연관되어 있는 듯싶다. 


또한, 우리나라 정부는 물론 기업체 조차 문학계에 대한 지원이 야박하기 그지없다. 문학계에 대한 지원도 오죽한데 문학 번역에 대한 지원은 안 봐도 뻔할 것이다. 게다가 문학 자체에 대한 가치도 평가 절하되어 있다. 인문학의 위기에 직면한 우리 현실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냉정하게도 이게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고, 우리가 갖고 있는 수준인 것이다.


열악한 현실 상황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나부터 문학에 관심을 갖고, 문학을 찾는다면 느리게나마 내 주변의 인식이 바뀌고, 이어져 사회의 인식 변화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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