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이 출판으로 이어지기까지



동양계 문학이 아직 서양에 알려지지 않았을 시절,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를 영미권에 처음 소개한 편집장 엘머 루크(Elmer Luke). 아래 사진 속 인물이다.



그가 '출판을 위한 문학 번역'을 주제로 한국문학번역원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아직 번역을 배우고 있는 단계라 출판은 먼 미래의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그 세계를 어렴풋이나마 알고 싶은 마음에 신청했다. 기대만큼 유익했고, 무엇보다 출판계 편집장의 시선에서 보는 번역에 대해 알 수 있게 돼서 흥미로웠다.

 

강연을 들으며 메모한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짧게나마 글을 남긴다.




― 이제는 문화나 예술과 같은 소프트 파워가 아주 중요해진 시대다.


― 출판사는 항상 흥미로운 신진작가를 찾는다. 새로운 보이스를 가진 작가층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다.


― Sample 번역은 매우 중요하다.


좋은 원작 + 타겟 언어 문체(느낌)을 잘 살리면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다.

 1) 원고를 완벽히 이해해야 한다.

 2) 단어 뒤 숨은 의미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 원작에 충실해도, 즉 기술적으론 완벽하게 번역할지라도 번역 결과물이 독자의 마음을 흔들지 못한다면 결코 좋은 번역이 아니다. (기계나 다름없다.)


― 번역은 아슬아슬 줄타기의 과정이다. 원작의 느낌을 잃지 않되, 그렇다고 너무 깊게 빠져서 독자가 읽었을 때 이상하다고 느끼게 만들면 안 된다.


― 각주를 많이 쓰는 것보다는 단서, 실마리를 제공할 것.


― 번역가가 출판사에게 원고를 직접 제출하는 방법을 통해 출판으로 이어지는 건 아주 어렵다. 하지만 온라인 저널이라면 출판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에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


― A언어에서 B언어로 바꿀 때, 문화적 전환이 필요하다. 원문의 정확성을 추구하되, 문학성이 가미돼야 한다.


― 번역 원고를 출판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아주 어렵다.


― Q: 보통 누가 번역가를 선택하나요?

    A: 보통 에이전트와 작가가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권자는 작가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이전트를 예로 들면, 마감기한을 아주 엄격하게 지키는 번역가와 계약을 진행한다. 계약을 했어도 번역일정을 지키지 않았다면 가차없이 자르고 새로운 작가를 구하기도 했다.


― Q: 작가와 번역가가 함께 일하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작가와 번역가의 긴밀한 관계는 추천하지 않는다. 번역에 있어서 작가는 약간 뒤로 빠져있어야 한다. 소설을 영화화했을 때의 과정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된다.


― 출판업계에서 번역서 출간은 사실 큰 관심사가 아니다.


― Q: 샘플 번역을 보내고 싶으면, 어디로 보내야 하나요?

    A: 특정 인물에게 보내야 한다. 

       예를 들어,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어느 출판사에서 출간했지? 그 곳에서 어떤 편집자가 담당했지? 그 편집자에게 직접 보내는게 제일 효율적이다. 단순하게 받는 이를 출판사로 보낸다면 그 번역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 Q: 출판제안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하나요?

    A: 짜임새 있게 잘 쓰여져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놉시스가 매력적이어야 한다. 정말 중요한 1~2 페이지만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더 읽고 싶게 만드는 흥미를 유도해야 한다. 아주 어려운 과제다.


― 한꺼번에 대 여섯 편의 샘플 번역을 보내지 말 것. 방대한 자료는 번역가를 평가하는 데 마이너스 요소이다.


― Q: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이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하는데, 서스펜스 장르 소설이 인기를 얻을 수 있을까요?

    A: 스토리 있는 장르소설 + 문학성 + 한국적 느낌이 묻어나는 한국 장르 소설이라면 가능성 있다.


― Q: 출판사를 어떻게 선정해야 하나요?

    A: 출판사에서 어떤 책을 출간했는지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출판사의 특성을 파악하려면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을 다 읽어보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보통 서평을 읽는 방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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