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표 사용법


외국어로 글을 쓰다 보면 쉼표(,)를 사용하는 경우가 아주 많다. 가끔은 남발할 때가 있는데, 그게 버릇이 돼서 그런가? 한글로 글을 적을 때 자꾸 망설이게 된다. 쉼표를 써야 하는 건가, 안 써도 문제가 없는 건가.

 

최대한 문법을 지키며 한글을 사용하고자, 오늘은 '쉼표 사용법'에 대한 포스팅을 해 본다.

 

쉼표의 15가지 쓰임과 그 예시는, 국립국어원 《한글 맞춤법》을 참고하여 재구성하였다.

 


※ 사이트주소: http://www.korean.go.kr/front/page/pageView.do?page_id=P000195&mn_id=30  

 

 

1. 같은 자격의 어구를 열거할 때 그 사이에 쓴다.

 

☞ 근면, 검소, 협동은 우리 겨레의 미덕이다.

☞ 집을 보러 가면 그 집이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지, 살기에 편한지, 망가진 곳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여기서 쉼표는 각 어구들을 구분하는 기능을 하며, 동시에 읽을 때 호흡 조절에 도움을 준다.

 

어구를 연결할 때 쓰이는 '그리고'의 경우에는 쉼표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기 때문에 쉼표를 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 정욱, 재용, 성민 그리고 은길이까지 모두 네 명이 시험에 합격했다.

 

쉼표는 같은 자격의 어구들이 열거되어 있음을 쉽게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부호인데, 쉼표 없이도 그 자격이 분명히 보이면 쓰지 않아도 된다.

 

☞ 우리나라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구분이 뚜렷하다.

 

2. 짝을 지어 구별할 때 쓴다.

 

☞ 닭과 지네, 개와 고양이는 상극이다.

☞ 한국과 일본, 필리핀과 베트남은 각각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에 있는 국가들이다.

 

3. 이웃하는 수를 개략적으로 나타낼 때 쓴다.

 

☞ 5, 6세기

 

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할 경우, 연속된 숫자가 나올 때 숫자 사이에 쉼표를 사용한다.

 

☞ 이 책은 4, 5세 정도의 유아에게 읽히면 좋습니다.

 

4. 열거의 순서를 나타내는 어구 다음에 쓴다.

 

☞ 첫째, 몸이 튼튼해야 한다.

☞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마음이 편해야 한다.

 

'그리고, 그러나, 그런데, 그러므로' 등과 같은 접속 부사 뒤에는 쉼표를 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는 접속 부사와 쉼표의 기능이 중복되기 때문! 하지만 쉼표가 접속의 기능만 하는 것이 아니니,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접속 부사 뒤에서도 쉼표 사용 가능하다.

 

☞ 네 말도 일리는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야만 한다.

☞ 노래는 감정이다. 그러므로, 노래를 강권한다는 것은 감정을 강요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다.

 

5. 문장의 연결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절과 절 사이에 쓴다.

 

☞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 저는 신뢰와 정직을 생명과 같이 여기고 살아온바, 이번 비리 사건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힙니다.

 

쉼표는 문장과 문장 간의 연결 관계를 분명히 하고자 할 때 쓴다. 이 말은 문장의 연결 관계가 쉼표 없이도 분명히 드러나면 다음과 같이 쉼표를 쓰지 않아도 된다.

 

☞ 발표회가 끝나면 바로 회사로 돌아가야 합니다.

 

6. 같은 말이 되풀이되는 것을 피하기 위하여 일정한 부분을 줄여서 열거할 때 쓴다.

 

☞ 여름에는 바다에서, 겨울에는 산에서 휴가를 즐겼다.

☞ 빨간색을 선택한 분들은 오른쪽으로, 파란색을 선택한 분들은 왼쪽으로 가 주세요.

 

7. 부르거나 대답하는 말 뒤에 쓴다.

 

☞ 지은아, 이리 좀 와 봐.

☞ 네, 지금 가겠습니다.

 

8. 한 문장 안에서 앞말을 '곧', '다시 말해' 등과 같은 어구로 다시 설명할 때 앞말 다음에 쓴다.

 

☞ 책의 서문, 곧 머리말에는 책을 지은 목적이 드러나 있다.

☞ 원만한 인간관계는 말과 관련한 예의, 즉 언어 예절을 갖추는 것에서 시작된다.

☞ 나에게도 작은 소망, 이를테면 나만의 정원을 가졌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

 

한 문장 안에서 앞말을 '곧, 즉, 다시 말해, 이를테면' 등과 같은 어구로 다시 설명할 때에는 앞말 다음에 쉼표를 사용한다.

 

하지만, 문장 첫머리에 쓰일 시에는 본인 재량에 따라 사용한다.

 

☞ 다시 말해, 선입견은 틀릴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 다시 말해 선입견은 틀릴 때가 더 많다는 것이 내 경험이다.

 

한 문장 안에서 '반면, 한편' 등과 같은 어구를 사용하여 앞말의 내용을 전환하거나 반대되는 내용을 기술할 때에는 글쓴이 임의로 판단하여 쉼표의 사용을 정한다.

 

☞ 건강에 좋은 음식이 있는 반면 안 좋은 음식도 있다.

☞ 건강에 좋은 음식이 있는 반면, 안 좋은 음식도 있다.

 

9. 문장 앞부분에서 조사 없이 쓰인 제시어나 주제어의 뒤에 쓴다.

 

☞ 돈, 돈이 인생의 전부이더냐?

☞ 지금 네가 여기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해.

☞ 그 사실, 넌 알고 있었지?

 

10. 한 문장에 같은 의미의 어구가 반복될 때 앞에 오는 어구 다음에 쓴다.

 

☞ 그의 애국심, 몸을 사리지 않고 국가를 위해 헌신한 정신을 우리는 본받아야 한다.

 

여기에서 쓰이는 쉼표는 다시 설명하는 '곧, 다시 말해' 앞에 쉼표를 쓰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봐야한다.

 

☞ 순애, 내 가장 친한 친구는 오늘 몸이 아파 결석을 했다.

 

11. 도치문에서 도치된 어구들 사이에 쓴다.

 

☞ 이리 오세요,어머님.

☞ 다시 보자, 한강수야.

 

도치문에서 도치된 어구를 특별히 구분하여 드러내고자 할 때 쉼표를 쓴다.

 

☞ 아침밥을, 아들이 차리고 있었다.

☞ 비가 세차게 내렸다, 오전에도.

 

12.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낼 때 쓴다.

 

☞ 갑돌이는, 울면서 떠나는 갑순이를 배웅했다.

☞ 철원과, 대관령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산간 지대에 예년보다 일찍 첫눈이 내렸습니다.

 

어떤 어구가 바로 다음 말과 직접적인 관계에 있지 않음을 나타낼 때 쉼표를 쓴다.

 

13. 문장 중간에 끼어든 어구의 앞뒤에 쓴다.

 

☞ 나는, 솔직히 말하면,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다.

☞ 영호는 미소를 띠고,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그들을 맞았다.

 

이때는 수미표 대신 줄표를 쓸 수 있다.

 

☞ 나는 - 솔직히 말하면 - 그 말이 별로 탐탁지 않다.

☞ 영호는 미소를 띠고 - 속으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웠지만 - 그들을 맞았다.

 

강조나 부가 설명 또는 예를 들기 위하여 중간에 어구를 삽입하는 경우, 다른 어구들과 구분하기 위해 쉼표를 쓴다. 줄표로 대체하여 사용 가능하다.

 

☞ 치열한 접전 끝에 우리 팀은, 다시 생각하기도 싫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14. 특별한 효과를 위해 끊어 읽는 곳을 나타낼 때 쓴다.

 

☞ 내가, 정말 그 일을 오늘 안에 해낼 수 있을까?

☞ 이 전투는 바로 우리가, 우리만이, 승리로 이끌 수 있다.

 

일반적으로 끊어 읽지 않아도 되고 쉼표를 쓰지 않아도 되는 어구지만, 끊어 읽음으로써 해당 어구를 두드러지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거라면 쉼표를 쓸 수 있다.

 

☞ 구보는, 자기는, 대체, 얼마를 가져야 행복할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15. 짧게 더듬는 말을 표시할 때 쓴다.

 

☞ 선생님, 부, 부정행위라요? 그런 건 새,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 제가 정말 하, 합격이라고요?

 

 

쉼표사용은 글을 쓰는 사람의 판단에 제일 많이 좌지우지되는 것 같다. 적절한 융통을 발휘해 읽는 사람에게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써가면서 쉼표를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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