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인들끼리도 인종차별을 한다?


얼마 전 멕시코 사람들이 눈 찢는 제스처를 하면서 우리나라 사람(동양인)을 비하했다고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그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니 미개의 나라네 뭐네 하면서 멕시코를 무차별적으로 욕하는 게 전부여서 너무 안타까웠다. 이전 포스팅에도 잠깐 이야기했듯이 '무지'의 문제지, 의도를 갖고 동양인 비하를 한 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인종차별은 우리나라도 심하다. 미국이나 유럽국가에서 받는 아시안 차별에는 목소리 높이며 비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동남아사람을 보면 무시하고 깔본다. 역지사지가 필요한 순간이다.



멕시코에서는 좀 더 특이한 인종차별이 일어난다. 자국민들끼리의 인종차별 말이다. 자국민들 사이에서 왜 인종차별이 일어날까를 이해하려면 먼저 멕시코 인종 구성을 알아야 한다.


(참고: https://www.britannica.com/place/Mexico/Ethnic-groups)


위 그래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인디언과 백인의 혼혈인 메스티소(Mestizo)가 멕시코 전체인구의 62%를 차지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아메리칸 원주민이 27%, 백인 9%, 흑인, 1%, 기타 1%.


예전에 '멕시코 내 인종차별주의'에 관해 포스팅을 작성한 적이 있다. 이번 포스팅은 그 포스팅의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추가 참고]

멕시코 내 인종차별주의(Racismo en México) 포스팅 바로가기



BBC mundo 기사를 참고해 적어봤다.


10 frases que los mexicanos usan todos los días… y no saben que son racistas

멕시코 사람들이 인종차별적인 발언인지 모르고 매일 쓰는 10가지 말


 기사주소: http://www.bbc.com/mundo/noticias/2016/05/160517_mexico_frases_racistas_cultura_an



멕시코 사람 10명 중 6명은 '피부색'을 가지고 상대방을 insultar한다.

그리고 국민의 40%는 피부색이 어두우면(moreno) 사회 내 차별을 받는다고 믿는다.

멕시코 인구의 많은 부분을 차지 하는 인디언(indigenas)들이 가장 고통 받는 인종.


인종 차별하지 말자는 캠페인을 벌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문제는 일상 생활 속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종차별적 '발언'들이다.



"Cásate con un güero para mejorar la raza"

인종 개량하고 싶으면 백인이랑 결혼해.

멕시코에서 Güero(구에로)는 금발을 가진 백인을 말한다. 피부색이 어두운 인종은 백인보다 더 낮은 계층(estrato social más bajo)이라는 인식이 박혀있는 것이다.


끄리오요(Criollo)라고 불리는 아메리카의 스페인의 옛 영토와 유럽 국가의 식민지에서 태어난 자식들이 높은 사회적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멕시코 내 계급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Trabajo como negro para vivir como blanco"

백인처럼 살기 위해 흑인처럼 일해.

백인처럼 살기 위해 흑인처럼 일한다는 말은 멕시코 노동자들 사이에선 아주 많이 들을 수 있는 표현이다. 회사에 노동착취 당하고 있다고 느낄 때, 정당한 대우를 못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들은 이야기한다.


¡Trabajo como negro! 난 흑인처럼 일하고 있어!



참고로 'Negrear' 동사를 사용해서 말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로 치면 '회사에서 나 개처럼 부려먹어'라고 말하고 싶을 때.


¡La empresa me está negreando!


흑인(negro)이라는 단어에서 나온 말인데, 날 흑인한테 대하듯 일 시켜ㅡ정도의 말이겠다.



"Nunca falta un prietito en el arroz"

흰 쌀 속에서 검정 알갱이 항상 발견해.

위 표현을 직역하면 '하얀 쌀 속에 검정 알갱이가 빠지지 않고 있다'가 된다. 이를 의역하면 '좋은 상황 속에서도 나쁜 게 있기 마련이다'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과거 백인들 사이에 어울리지 않게 어두운 피부색을 가진 사람이 있는 상황을 비꼬며 한 표현에서 유래된 말이다. 



"No tiene la culpa el indio, sino el que lo hace compadre"

인디언들은 잘못 없어. 인디언들을 낳은 부모들이 잘못이지.

실수를 한 사람이 잘못한 게 아니라, 그걸 하게끔 책임감을 준 사람이 잘못된다고 말하고 싶을 때 쓰는 표현이다. 하지만 인디언들을 가지고 비유를 했으니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멕시코에서 Indio(인디언)이라고 부르는 건은 일종의 모욕이다. 왜냐하면 인디언들은 능력이 없고 복잡한 일을 잘 못한다라는 잘못 박힌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건 역사적 배경이 있다. 멕시코가 스페인의 지배를 받을 당시, 인디언들은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스페인 사람들은 인디언들의 노동력과 자원을 착취했을 뿐, 사람 대 사람으로 존중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의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도 남아있어서 멕시코 사람들은 '인디언' 단어에 민감하다.



"¡Ah, como eres indio!"

에이, 인디언처럼 굴지마!

어떤 사람이 실수를 하거나 멍청해 보일 때 하는 말로, 상류층 애들이 자주 쓰는 말이다. '인디언처럼 굴지마'라는 말만 봐도 인디언들은 무시해도 되는 대상이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Se fue como las chachas"

가정부 애들처럼 말도 없이 가버렸네.

멕시코에서는 가정부를 무차챠(muchacha)라고 부른다. 이를 줄여 차챠(chacha)라고 말하면 비하하는 표현이 된다.


아무 통보 없이 일을 그만두거나, 아무 말도 없이 어떤 관계를 끝내는 경우, "가정부 애들처럼 그냥 가버렸네."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멕시코 가정부들이 일을 잘 나오다가 갑자기 말도 없이 안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냥 본인들 내킬 때? 나왔다고 안 내키면 또 안 나오고. 그래서 이를 비꼬면서 하는 말이다.

 

그리고 가정부라는 직업을 깔보는 이유도 있고, 실제로 가정부의 대부분이 인디언들이어서 이들의 인종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Se viste como las gatas"

꼭 하녀처럼 옷 입었네.

싸구려 옷을 입거나 괴상한 스타일로 옷을 입은 여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멕시코에서 Gata(암고양이)는 하녀(servidumbre)라는 뜻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위 표현은 후질근한 하녀처럼, 집안일 하는 가정부처럼 옷을 이상하게 입었다고 이해할 수 있다.



"Me engañaron como a un chino"

나한테 사기 쳤어. 내가 무슨 중국인도 아니고.

이 표현에는 중국인에 대한 차별이 들어가 있다.


중국인 이민자들이 처음 멕시코에 왔을 때, 스페인어를 할 줄 몰라 많은 멕시칸들이 중국인들을 상대로 사기치고 이용해먹었다. 그래서 일까? 쉽게 속일 수 있는 사람=중국인 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El niño es morenito, pero está bonito"

애기 피부색이 어두운데 귀엽긴 하네.

많은 사람들이 농담으로 하는 말이지만, 명백히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다.


피부색이 하야면 → 잘생기고 예쁜 사람

피부색이 어두우면 → 못생긴 사람


실제로 멕시코 인구 절반 이상이 피부색으로 차별 받고 있는다고 믿는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Moreno라고 불리는 걸 싫어하면서도 다른 Moreno들을 무시한다.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가 밝은 피부를 가진 사람들을 떠받들어 주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뉴스, 드라마, 영화, 광고 속 주인공들 대부분이 피부색이 밝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제 3자 입장인 외국인의 눈으로 보면 이런 피부색에 대한 차별을 본인들 스스로가 자초해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건 사실이다.



"Traes el nopal en la cara"

얼굴에 선인장이 있네.

Nopal의 뜻은 '선인장'이다. 모두들 알다시피 멕시코는 선인장으로 유명하다. '얼굴에 선인장이 있네'라는 말은 곧 선인장을 키우는 멕시코 인디언처럼 생겼다는 말이다.


본인의 출생지 멕시코를 애써 부인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쓰는 말이다.


예를 들어, 멕시코와 미국 국경 사이 지역에서 사는 누가 봐도 멕시칸인 애가 스페인어로 말 안하고 영어로만 말하려고 할 때 이렇게 비꼰다.


"No presumas de gringo (estadounidense), si traes el nopal en la cara"

양키처럼 굴지마. 얼굴은 누가 봐도 멕시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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