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언론인들이 처한 현실, 그리고 우리나라 언론매체



사실을 말하면 죽임을 당하는 나라. 언론인이 언론인의 역할을 하면 죽임을 당하게 되는 나라.


그 곳은 바로 멕시코다.


몇 달 전에는 잇단 기자 연쇄 피살 사건으로 멕시코 국경도시 Juarez(후아레스)의 신문사 Norte(노르테)가 폐간을 선언하기도 했다. 참고로 해당 신문사에서 범죄 조직의 마약밀매 및 부정부패 등에 대한 기사를 써 온 기사의 사망이 폐간하기 한 달 전에 있었다. 


신문사는 마지막 신문 1면에 Adiós(아디오스, 뜻: 안녕히 계세요)를 크게 박으며 독자와 작별 인사를 했다.




Norte 신문사 사장 Oscar Cantú Murguía(오스카 칸투 무르히아)가 남긴 폐간 인사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 결정을 하기까지의 고민과 그가 얼마나 지역 주민을 사랑했는지, 신문사 역할에 대해 그가 지녔던 신념, 투철한 언론인 정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문사를 없애기로 한 최종 결정까지ㅡ


저희는 언제나 진실하고 객관적이며 정직하고 투명하게 정보를 보도하려 노력했습니다. 법치 국가의 가치를 존중하고, 자유와 정의를 수호하면서 말이죠. 저희는 저희가 가진 신념에 따라 보도했으며, 이는 지역과 지역 주민들을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비판적이고 균형있는 언론 활동을 보호할 안전장치와 그 어떠한 보장도 없어 신문사를 닫기로 결정했습니다.


모든 삶은 항상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마땅히 치러야 할 대가도 분명 있습니다. 신문사도 이처럼 하나의 삶이라면, 저는 그 댓가로 더 이상 제 동료를 희생시키고 싶지 않습니다.


이제는 신문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제가 갖고 있는 신념을 잃지 않고 지금껏 그랬든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원문 주소]

http://nortedigital.mx/adios/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멕시코에서는 1992년 이래 최소 88명의 기자가 피살되었다고 한다. 이는 말 그대로 최소다.


사실 언론인뿐만이 아니라 정치인도 마찬가지다. 멕시코 마약 범죄조직(카르텔)과의 전쟁을 주요 공약으로 내새워 당선된 멕시코 모렐로스주 테믹스코 시장이 취임 하루만에 집 앞에서 살해된 채 발견되었다. 범죄 조직이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직자나 정치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빈번한 국가다.


그래서 정치인과 카르텔 조직이 하나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바로 멕시코다.



"조직범죄에 협력하지 않으면 당신 또한 같은 일을 당할 수 있다"



카르텔의 경고에 대부분의 기득권들은 이미 굴복했다. 하지만 카르텔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기득권에 맞선 사람들까지도 모두 그들의 희생양으로 만들고 있다.


※ 참고: 멕시코 카르텔이란?

 멕시코 내 마약 조직(Drug cartels)를 의미한다.



Wikipedia에 따르면,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혹은 마약 밀매 조직들은 이미 수 십 년간 존재해 오고 있었으나 1990년대 콜롬비아의 칼리와 메데인 카르텔의 몰락을 기점으로 보다 강력해졌다. 멕시코 마약 조직들은 현재 불법 마약 도매 시장을 지배하고 있으며 2007년에는 미국으로 들어오는 코카인의 90%를 공급하였다. 거대 조직인 티후아나와 걸프 카르텔의 중심 인물들이 검거되었으나 이는 오히려 더 심각한 폭력 사태들을 초래하였고 미국으로의 밀매 경로를 차지하고자 하는 카르텔들의 경쟁이 더 심해졌다.




#Sosprensa : 신문사를 구해주세요!


일련의 사태에 경종을 울리고자 멕시코 신문기자들이 수도 멕시코 시티 국립궁전(Palacio Nacional) 앞에 위치한 소칼로(Zócalo)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다.



#SOSPRENSA

(Prensa는 스페인어로 '신문사'를 의미)


하지만 이 시위를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멕시코 정부는 이 글씨를 바로 지워버렸다고 한다.


언론인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모두들 알지만 그 역할을 수행했을 때 죽음의 위협을 느낀다면, 그리고 곧 죽음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그 누가 주어진 역할을 맡으려 할까?



실제로 멕시코 친구들을 만나면 신문을 읽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왜냐고 물으면 백이면 백, '믿을만하지 못하다'고 답한다. 스페인어 공부를 위해 괜찮은 신문 하나만 추천해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그런 건 없다며 차라리 책을 읽으라는 답변이 돌아오곤 했다.



멕시코 언론 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


언론 기관에 대한 멕시코 사람들의 신뢰도는 정말 바닥을 친다. 이를 증명해 주는 최근 조사가 하나 있다.


아래는 멕시코 조사 기관 Parametría(파라메트리아)가 실시한 멕시코 內 기관 신뢰도 결과표다.





네모(口)로 표시된 부분이 언론기관에 대한 신뢰도다.


 [신뢰도 레벨]


남색: 아주 신뢰하고 있다.

하늘색: 조금은 신뢰하고 있다.

주황색: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갈색: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



1. 신문사(Los periódicos)

신뢰하지 않아요: 79%

신뢰해요: 19%


2. 라디오 뉴스(Las noticias de la radio)

신뢰하지 않아요: 81%

신뢰해요: 18%


3. 텔레비전 뉴스(Las noticias de la televisión)

신뢰하지 않아요: 83%

신뢰해요: 17%



☞ 10명 중 8명의 멕시칸은 언론매체를 불신한다고 답했다.



 [원문 기사 주소]

http://www.animalpolitico.com/2017/03/desconfianza-medios-parametria



우리나라 언론매체는?


우리나라 언론 매체도 국민들의 신뢰를 그닥 얻고 있진 못하고 있다. 멕시코처럼 '죽을 위험'까진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데 진실을 말하는 언론 찾기란 쉽지 않다.


최근 밝혀진 국민의당 제보조작 사건은 국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선거공작으로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켜 국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하지만 이 분노는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앞다퉈 기사를 쏟아낸 언론매체에 대한 비판으로도 이어졌다.



이와 관련한 사설을 하나 들고 왔다. '증거조작에 흔들리는 저널리즘'라는 제목으로 변상욱 CBS 대기자가 쓴 글이다.


결국 국민의당 사건을 예로 든다면 기자는 브리핑에서 제공되는 설명과 관련해 근거자료를 철저히 요구해야 한다. 제시된 근거자료가 조작된 것인지 신뢰도가 어느 정도인지도 즉시 검증에 나서야 한다. 검증은 시간의 제약이 따르니 최소한 증거의 출처, 제보자의 신원을 밝히라 요구해야 한다. 물론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당직자 중 누가 제보자를 만나고 왔는지 당직자 중 누구의 지인인지 보증을 확보해 두어야 한다. 보증을 서지 않겠다 하면 시쳇말로 ‘도망치는 사람이 범인’이다. 제보자의 신원을 보증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지도 따져 물어야 한다. 누구에게로 제보가 들어와 누가 어떤 방법으로 이 제보의 신빙성을 검토했는지, 발표 이전 당의 공식 절차는 어떻게 거쳤는지도 물어야 한다. 기자의 이런 질문 공세가 거쳐야 할 관문으로 존재할 때 어떤 조직에서든 가짜 증인, 조작 증거, 허위 브리핑을 이전보다 더욱 통제하게 될 것이다.


전체 내용을 보고 싶은 사람은 아래 주소로 가면 기사 원문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 원문 주소]

http://www.journalist.or.kr/news/article.html?no=42085



뉴스 관련 추천하고 싶은 라디오 프로그램 하나!


내가 팟캐스트로 항상 챙겨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하나 있다. 바로 위 글을 쓴 기자의 코너이다.


바로 CBS 라디오 『변상욱의 기자수첩』이다. 김현정의 뉴스쇼의 한 코너로 일주일에 회당 10분을 넘지 않으며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방송된다.


주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매회 다양하다.


(변상욱 대기자 사진)



내가 이 코너를 유독 좋아하는 이유는 최근 이슈에 대해 기존 언론이 말해주고 있지 않은 부분을 보다 객관적인 시선으로 설명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뉴스를 비틀고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점을 냉철하게 꼬집으며 지적한다.



아래는 몇달 전 변상욱 대기자가 올린 페이스북 글이다. 주제는 '뉴스의 개인화' vs '개인의 뉴스화'



나도 그럴것이 대선 시기 공약 관련 뉴스도 그렇고 현재 대통령 정책도 그렇고, 기사만으로는 공약이나 정책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여러 관점에서 내용을 파악하고 싶어도 예를 들어, 어떤 한 부분의 이슈가 터졌다 하면 그 부분에 대한 똑같은 기사만 쏟아지니 답답할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변상욱 대기자가 기자들의 보도 행태를 비판하며 올린 위의 글에 많은 공감을 했다. 생산적이고 의미있는 담론을 이끌어내는 뉴스야 말로 진짜 뉴스가 아닐까 싶다.


대통령을 뉴스로 다루려면 특정사안이 대통령의 정책결정과 시국을 보는 관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것이 '뉴스의 개인화'이죠.



그리고 얼마 전 올린 트위터의 일부.



이렇듯 그는 그 누구보다 국민들이 언론의 가짜 뉴스를 바로 읽기를 바란다.


그래서 일까? 변상욱 대기자의 논평을 듣고 있으면 기존 언론을 통해서는 결코 들을 수 없었던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를 통해 사회 현상을 바라보는 내 시야가 조금은 넓어지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언론인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보통 사람들은 언론인의 말로 상황을 판단하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물론 나 역시도 보통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들의 발언에 좌지우지하게 된다.


사실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 더 냉철하고 객관적이고 싶다. 하지만 수많은 미디어들과 프로파간다의 홍수 속에서 쉽게 휩쓸리지 않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는 불가능한 걸까? 아무리 사람들은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이해하고 싶은 대로 이해한다고들 하지만 말이다.


한 사건이 터졌을 때 모두가 비슷한 제목의 기사들이 쏟아지는 게 아니라, 우리를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다양한 논점의 기사들이 쏟아지길 바래 보며 포스팅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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