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내 인종차별주의(Racismo en México)



우리 부서 매니저 자리가 공석이었을 때다. 여러 매니저 후보를 두고 누구를 뽑을까 심사 숙고하며 2차, 3차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었다. 부서장은 최종 결정을 앞두고 소속 부서원들을 한데 모았다.

 

팀장은 우리에게 의견을 물었다. 우리의 의견이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겠지만, 그 이유는 이랬다.


멕시칸들이 보는 기준, 즉 어떤 멕시칸이 괜찮은 멕시칸인지 알고 싶어서였다. 한국인의 기준으로 뽑았던 직원들이 하나 둘씩 나가는 모습을 보기도 했을뿐더러 우리가 옳다고 하는 기준과 저들의 기준이 다르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국인들은 눈치채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고, 특별히 신경 써서 봐야 할 부분이 분명 존재한다. 그렇게 소집된 회의에서 '멕시코 사람들이 뽑는 멕시칸 직원'에 대한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한창 듣던 중 생각지도 못한 의견 하나.


"최대한 하얀 사람을 뽑으세요."

 

사실 의견 하나가 아니라 대다수가 동의한 부분이었다.



이유는? 같은 멕시칸이라도 피부색이 어두우면 밑에 직원들이 무시하고 말을 안 듣는다는 것이다. 피부색이 하얘야 인기가 좋고 직원들이 더 따른다는 것이다.

 

그 이유를 듣고 있자니 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하얀 피부를 가진 미국인이나 유럽인은 숭배하면서 어두운 피부를 가진 사람들은 그 출신이 어디가 됐든 무시하고 얕보기 일쑤다. 하지만 그건 출신지에서 오는 차별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에 비하면 멕시코에서는 어차피 모두들 멕시코 사람들이니까. 우리나라처럼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없고, 이미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섞여 멕시코라는 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저런 종류의 차별(멕시코 사람끼리의 차별)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난 키 큰 사람이 좋아, 난 통통한 사람이 좋아'와 같은 개인적 선호도에는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은 했지만 말이다.


 


 

얼마 전 El país 신문을 보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기사다. 멕시코 내 인종 차별에 관한 내용이다.


기사의 내용처럼 실제 멕시코 내에서 인종 차별은 심각한 문제다. 기사에서 말하고 있는 것보다 실생활에서는 훨씬 차별의 정도가 심하고 심각한 상황이다.


 

México, frente al espejo del racismo

제목: 멕시코, 인종차별 자성해야 할 때

 


 

 

 

먼저 Racismo 단어의 뜻을 살펴보자.

 

Real Academia Española 사전에 따르면 Racismo(발음: 라씨스모) 정의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다.

 

Racismo : Exacerbación del sentido racial de un grupo étnico que suele motivar la discriminación o persecución de otro u otros con los que convive.


'인종주의' 정의 : 하나의 민족 무리가 종족적(인종적)인 의미로 그들의 존재 이유를 합리화할 때. 이것은 함께 살고 있는 또 다른 무리에 대한 차별과 박해를 야기하곤 한다.

 

  

기사의 내용은 내가 본 현실과 100% 일치했다. 멕시코 내에서 피부색(Tono de piel)을 가지고 차별을 한다는 내용. 총 4명의 인터뷰어가 공유한 경험담은 슬프고 씁쓸했다.

 

 

인터뷰어의 답변들(Comentarios)


1. Judith Bautista, 사회학자, 40세


백화점 점원직 면접을 보러 갔는데, 외형적 요소가 가게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며 거절당했어요.


Me decía: 'Mira, no te podemos contratar, creo que puedes hacer cosas mucho mejores, pero tu físico no da con la tienda, necesitamos otro perfil'



2. Tenoch Huerta, 배우, 36세


저녁에 택시 잡으려고 치면 프랑스 출신 여자친구를 앞세워야만 탈 수 있어요. 그리고 어느 날은 백화점에서 딸과 쇼핑 중이었는데, 안전요원이 달려오더니 훔친 물건이 없는지 체크했어요. 저를 제일 슬프게 했던 건 저를 차별했던 사람들도 바로 저처럼 생겼다는 사실이에요.


¡y lo triste es que ellos son como yo!


배우인 그는 배역에서도 차별을 겪는다. 전문직이나 높은 직책의 역할을 맡는 것은 불가능하며 항상 가난한 사람, 고통 받는 사람, 소매치기 등 도둑 역할을 맡는다고 한다. 많은 오디션에서도 그는 '너무 멕시칸'처럼 생겼다고 떨어졌다.


Durante mucho tiempo soportó que en las audiciones le espetaran que era "demasiado mexicano".



3. Rosendo Vallejo, 엔지니어, 67세


아이작 뉴턴과 같은 과학자를 꿈꿨지만 불가능한 꿈(sueño guajiro)이라며 다들 무시하기만 했어요. 하지만 노력 끝에 옥스퍼드 대학 장학생으로 수업을 듣게 되었죠. 미국을 건너가 가난한 유학생으로 지냈지만 돈이 없는 건 문제가 아니었어요. 진짜 문제는 바로 멕시코로 돌아왔을 때 시작되었어요.


외모 때문에 실제 능력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일을 해야만 해요. 왜냐하면 저 같은 외모를 지닌 매니저라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 테니까요. 또 운 좋게 회사를 들어간다고 해도 업신여김 당하는 일은 빈번해요. 한 예로, 회의에서 제게 물 컵을 가져다 달라는 요구를 당연하게 하는 것과 같은 일이에요. 제가 매니저임에도 불구하고 외모만 보고 제가 청소하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대해버리니까요.


"Tuve que conformarme con un trabajo de bajo nivel porque nadie quería a alguien con mi aspecto en un puesto como el que solicitaba"



4. Mónica del Carmen, 배우, 35세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한 여자가 잘못해서 부딪혔어요. 그런데 오히려 저를 보고 India!(인디언!)이라고 소리치며 모욕하고 자리를 떠나는 거에요.


그녀는 말한다.


같은 피부색을 가진 사람끼리 차별하는 현상이 참 서글퍼요. '피부색이 진할 수록 못생겼다, 하얄 수록 잘생겼다'는 보통의 인식이 슬퍼요.


"Es muy interesante el fenómeno de discriminación entre iguales, porque aunque seas igual de moreno, si ya tienes un tono de piel más claro o los ojos más cafés y menos negros, buscas ser menos indígena, un poquito menos indio, un poquito menos feo"



인터뷰 동영상

 


 

 

 [기사 원문 주소]

- México, frente al espejo del racismo

  http://internacional.elpais.com/internacional/2017/06/29/mexico/1498692599_34179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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