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코 끝낼 수 없는 단어 외우기
- 나의 일상/나의 주저리 주저리
- 2018. 1. 6. 05:00
외국어를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새로운 단어 암기는 끊임없이 해야하는 일 중의 하나다. 모국어인 한국어조차도 신문이나 책을 볼 때 기존에는 몰랐던 새로운 어휘를 발견하게 되는데, 외국어는 오죽 할까?
어떤 글을 보더라도 모르는 단어를 항상 발견하기 마련이고, 어떤 대화를 나누더라도 모르는 표현이 나오는 건 일반적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행하고 있는 '단어 암기'를 재점검해 보면서 이상적인 방법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 지 정리해 보았다.
우리가 하는 일반적인 단어 암기와 그 문제점
영어 혹은 스페인어 어느 한 외국어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모든 외국어 학습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단어 암기'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외국어 초급 수준에서는 무작정 단어와 뜻을 암기했다. 단어 500선, 꼭 알아야 할 단어, 수능 영단어 등등 A~Z까지 리스트로 쫙 나열된 단어들, 혹은 테마별로 나뉜 단어들을 보며 차례대로 외워갔다. 그래서 단어 외우기에 흥미가 금방 떨어졌던 것 같다.
하지만 여기서 진짜 문제는 뭐냐?
내가 하루에 10개씩 단어를 외워도, 복습을 꾸준히 해서 한 달 뒤 총 300개의 단어의 뜻을 다 맞춘다고 해도, 막상 써먹으려면 말이 안 나온다는 것이다!
[외국어 단어 = 뜻]
이렇게 1:1 매칭을 하여 외웠기 때문에 문장 속에서는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로 생각이 발전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올바른 단어암기는?
효율적인 외국어 단어 암기를 위해서는
(여기서 내가 말하는 '효율적인'은 '내가 직접 대화 속에서 사용할 수 있는'을 뜻한다.)
"나는 단어의 뜻을 확실히 알고 있는가?"
를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말하고는 있지만 막상 뜻을 물어봤을 때 어버버하며 단어의 명확한 의미를 모른 채 사용하고 있는 단어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해를 하고 있는가?'에 대한 나의 답변은 '설명을 할 수 있는가?'로 직결된다. 사용하고 있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설명이 가능할 때, 비로소 그 단어를 '알고 있다, 이해하고 있다'라고 말할 수 있다.
[폭 넓은 어휘 구사력 = 기존 어휘에 대한 이해도]
어떤 단어의 의미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 단어를 쓰는 범위가 무한대로 넓어진다. 만약 의미를 애매하게 알고 있다면 남들이 말하는 대로 말하는 식의 소극적 사용에만 머물게 된다.
외국어의 경우 단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다면 그 누구보다도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더 나아가 창의적인 표현까지도 가능할 수 있게 된다.
올바른 단어암기 Tips
1-1. 우리말과 외국어를 1:1로 대응하는 습관 버리기
- 기초 레벨의 외국어 학습자나 특정 시험 목적의 학습자가 흔히 하는 방법이다. 단어 리스트가 쫙 있고 그 옆에 뜻이 쫙 있는 단어장을 통해 공부한다. 나만의 단어장을 만들 때도 '외국어와 한국어 뜻'만을 리스트화해 정리한다. 하지만 이런 학습은 잠깐의 반짝 효과는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반짝 효과를 낸 후 사라지는 학습법이다. 오래 기억하려면, 그리고 꾸준히 내 것으로 가져가려면 분명 버려야 할 습관이다.
예 1) 관계자 외 출입금지
- 우리 말(원문)에 집착하다보면 번역이 Prohibido entrar la persona sin autorización 처럼 나온다. 1:1 대응해서 번역을 하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는 'Solo personal autorizado' 하나면 우리말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 표현이 완성된다.
예 2) '그는 A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다'를 스페인어로 바꾼다고 생각하면?
사전에서 '담당자'를 찾으면 : Deber, obligación, responsabilidad
사전대로 El es una persona que tiene deber del proyecto A. 라고 하면 문장도 길어지고 어색하다.
El es encargado del proyecto A.
예 3) !Como me iba a perder tu cumpleaños!
Perder 동사를 '잃다'라고만 외웠다면 위 예문 해석이 잘 안될 수도 있다. 너의 생일을 잃다? 잃어 버리다? 무슨 말이지?
이럴 때 버려야 할 습관이 바로, 우리말과 외국어를 1:!로 대응하는 습관이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 너의 생일을 깜빡할 수 있겠어!'로 해석이 가능해질 것이다.
※ 번역이나 작문을 하게 된다면 원문에서 조금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의미를 반대로도 생각해 보고, 뒤집어도 보고 말이다. 원문에서 자유로워졌을 때, 비로소 자연스러운 표현을 만들어낼 수 있다.
Q: 우리말에 대응하는 외국어는 이거다ㅡ와 같은 방식으로 단어를 외운다면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은?
A: 외국인이 내가 한 말을 이해 못할 수 있다 or 외국인에게 나의 말이 어색하게 들릴 수 있다.
1-2. 단어를 쓰게 될 상황을 상상하기
- 영어를 비롯한 스페인어 등 한글이 아닌 외국어에는 다의어가 정말 많다. 어떤 단어를 일대일 대응으로 암기했다가는 내가 암기한게 아닌 다른 뜻으로 쓰였을 때 엥? 하며 머리 속이 하얘질 수 있다.
예 1) 스페인어 동사 : Tomar
- 보통 '마시다'라는 뜻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사전을 찾아 보면 Tomar 동사는 40개가 넘는 뜻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Tomar 〓 마시다'라고 외우는 것 보다는 Tomar 동사가 포함된 문장으로 외우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 Tómate un café conmigo. 나랑 커피 마셔.
· Tengo que tomar el avión. 나 비행기 타야 해.
· Toma esta calle hasta el final. 이 길 따라 끝까지 가.
예 2) 스페인어 동사 : Correr
- 보통 '달리다'라는 뜻을 많이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직장 생활 속 'Correr'는 '해고하다'라는 뜻으로 바뀐다. 구조조정 시기에 직장 동료가 ¿Te van a correr?라고 물었다면, 너한테 달려갈거야? 이런 뜻이 아니라 '그들이 널 해고할거야?'로 이해해야 한다. 또한, 바람과 함께 쓰이면 '바람이 불다'로 해석할 수 있다.
· Las policías corrieron tras el ladrón. 경찰들은 도둑 뒤를 쫓았어요.
· Corría una brisa fresca. 선선한 바람이 불었어요.
· El agua corre por las tuberías. 수도관에 물이 흐르고 있어요.
· Corrieron el rumor sobre su destitución. 그가 파면된 일에 대한 루머가 많아.
2-1. 체계적으로 단어 마인드맵(Mapa mental)하기
- 단어 마인드맵은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면서 채워지게 된다. 그래서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또한, 이러한 정리를 통해 [유의어 + 다양한 예문]을 함께 익힐 수 있다.
예) 스페인어 동사 : Poner
- Poner ― Colgar ― Colgar un cuadro ― Colgar un cuadro sin agujeros
- Poner ― Depositar ― Depositar el dinero ― Depositar el dinero en el banco
※ 우리말로 예시를 들자면, (외국인이 한글을 암기하면서 단어 마인드맵 방법을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1) 넣다 ― 입금하다(〓넣다의 동의어) ― 돈을 입금하다 ― 은행에 돈을 입금하다
2) 걸다 ― 전화를 걸다 / 옷을 걸다 / 시비를 걸다
2-2. 유의어 찾아보기
- 같은 말 반복이 많은 우리말과 달리 외국어는 반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논설문이 하나 있다고 치자. '~라고 생각한다'라는 표현이 반복해서 나와도 어색함이 없는 한국어로 된 논설문과는 달리 외국어 논설문에서는 '~라고 생각한다', '인지한다', '고려한다', '바라본다' 등 다양한 동사 표현을 사용한다.
그래서 외국어를 깊이 있게 공부하고자 하는 학생들에게 '유의어'를 얼마나 알고 있느냐는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왜냐하면 그 부분에 따라 외국어 수준이 갈리게 되기 떄문이다.
※ 참고: 스페인어 동의어 사전 추천 포스팅
※ 영어 동의어 사전 추천 (주소 : http://www.thesaurus.com/)
결론
어렴풋이 뜻을 아는 단어 수만 개 <<<<< 내 입을 통해 나오는 단어 수십 개
머뭇거리지 않고 자신있게 내 입에서 나오는 단어야 말로 내 것이 된 단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정확하게 알고 쓸 수 있는 단어의 수가 늘어갈 수록 내 어휘력도 향상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결론이다.
물론 내가 지금까지 설명한 방식의 암기법은 시간은 오래 걸린다. 그래서 당장 시험을 앞 둔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은 이 방식에 회의가 들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의 여유가 조금 있다, 그리고 나는 장기적으로 외국어 실력을 늘리고 싶다하는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하고 싶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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