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직장생활하기 (멕시코편)

5월 1일 근로자의 날(Día internacional de los Trabajadores; May day)을 기념하여 작성하는 포스팅.


노동자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개선하고 그들의 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전 세계 노동자들이 연대의식을 다지는 날이다. 과거에 비해 과연 얼마나 향상되었을까? 그리고 다른 나라의 노동 환경 상황은 실제로 어떨까?


멕시코 직장생활의 경험이 모든 해외 직장생활을 대변할 순 없지만 나의 경험담을 공유하며 해외 취업을 계획하고 있는 자, 혹은 막연히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방향을 잡고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이번 포스팅을 기획해 보았다.



우리는 얼마나 일을 하는가?


출근 시간은 있으나 퇴근 시간은 없다는 대한민국 직장인들. 노동시간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를 따라올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멕시코 취업을 앞두고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막연한 로망은 점점 커져만 갔다. 일 끝내고 나서 취미 생활을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나의 모습을 꿈꿨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멕시코OECD 국가 중 1인당 평균 노동시간이 제일 많은 나라로 1위를 차지했다. (2015년 기준) 국가 공휴일도 1년에 채 10일이 되지 않는다. 부활절 연휴가 있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 여름 휴가에 비하면 휴가가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다.


멕시코에서 일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열악한 환경이라는 생각에 우울해지며 이게 바로 진정한 '외국인 노동자'의 삶이라는 걸 깨닫기도 했다.


물론 우리나라만큼 일을 많이 한다는 단점만 빼면 많은 장점도 존재한다. 자유로운 소통, 평등한 관계, 폭 넓은 사고 등.


지금은 노동시간이 어떻게 바뀌었을까? 아래는 2016년 기준 OECD 국가별 평균 노동시간을 보여주는 그래프다. 한국은 터키 다음으로 2위를 차지하며 여전히 명실상부한 일을 지나치게 많이 하는 나라로 굳건히 상위권 랭킹을 지키고 있다.




About 해외에서 직장생활 한다는 것


해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공감할 것이다. 해당 외국계 회사에서 요구하는 '외국어'는 그곳에서 일하기 위해 통과해야 할 1차 관문이지만 그건 정말 말 그대로 1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언어를 전공한 사람이라면 사회 생활에 뛰어들었을 때, 내 전문 분야가 없다는 생각에 본인의 전공 선택을 후회하곤 한다. 부수적으로 외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으니까.


하지만 언어 전공자가 하는 외국어와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하는 외국어는 분명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로 나 같은 경우에도 외국어 비전공자가 하는 스페인어와는 달리 군더더기 없고 폭 넓은 어휘를 구사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말로 위안을 삼곤 하지만 그래도 다른 전공을 선택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해외 취업 시장은 생각보다 많이 열려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외국 회사 (한국 법인 포함) '지원자'와 오래 '버티는 데 성공한 자'들이 별로 없다. 자신의 생활 환경을 바꾼다는 것은 결코 내리기 쉽지 않은 결정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해외에서 남자 지원자를 볼 수 있는 일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정착하고 자리잡는 것'에 대해 더 큰 책임감과 중요성을 느끼는 남자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일을 시작하면 그 후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걱정을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해외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은 그것이 한국계 회사든 외국계 회사든 아주 특별한 경험임에는 틀림없다. 나와 생각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사람들과 지지고 볶으며 하는 회사 생활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업무적인 부분 그 이상으로 말이다.



외국 직장 생활을 위해 필요한 역량


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역량을 가져야만 잘 일할 수 있을까?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잘'은 정량적 요소인 실적을 의미함과 동시에 정성적 요소인 일에 대한 만족도나 보람도 의미한다.


내가 생각했을 때, 외국에서 회사를 다니기 위해 가장 필요한 자질 유연함과 열린 마음이다.


내가 경험한 멕시코를 한 번 예로 들어보자. (참고로 완전히 외국 기업은 아니고 몇몇의 책임자급이 한국인들로 구성된 한국회사임을 밝혀둔다.)


사람 성향으로 보면 한국인과 멕시칸 양쪽 모두 정이 많다는 점에서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업무 상황으로 들어가면 정 반대의 스타일이 된다. 그 스타일은 서로의 문화에서 기인했으며 결국 서로의 스타일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인과 멕시칸들의 문화 차이에서 오는 충돌은 업무 충돌로 이어지고 노사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하곤 한다.


- 일단 서로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편견 -


1. 멕시코 사람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생각

 - 거짓말을 밥 먹듯이 한다.

 - 게으르다.


2. 한국 사람들에 대한 멕시칸들의 생각

 - 무례하고 잘난척한다.

 - 폭력적이다.


→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면 서로의 스타일을 파악할 수 있다.

 (여기가 언어 전공자가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다.)


멕시코에서 사용하는 언어, 스페인어는 주로 '돌려서 말하기' 스타일이다. 반면 한국어는 '직설적으로 말하는' 언어다. 화법의 차이 때문에 멕시칸들은 한국인들이 너무 거만하고 예의 없다고 생각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멕시칸들이 항상 말 돌리고 변명만 한다고 생각한다. 문화 차이 속에는 언어 습관 차이도 분명 존재하고 그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업무상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치자.


한국인: 이 문제 대체 어쩌다가 생긴 거야?

멕시칸: 그게요. 제가 어제 처리를 해 놨었는데 오늘 출근해서 보니까....... (이하 생략)

한국인: 그래서 누가 잘못 한 건데! (네가 잘못한 거니까 당장 사과해)

멕시칸: 어제까지는 문제가 없었는데...

한국인: (폭발!)



나도 처음에는 많이 답답했다. 멕시칸들의 업무 스피드 때문에 쉽게 열 받는 일이 부지기수고 문제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는 기분만 들었다. 멕시코 사람들이 일 하는 스타일은 한국인이 원하는/기대하는 업무 스타일이 전혀 아니기 때문에 충동이 많이 발생한다.


업무 지시와 이행에 관해서도 겉으로는 유연해 보이지만 '책임'에 대해 지나치게 예민한 멕시칸들로 인해 업무를 지시했어도 업무 진행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나를 지시 받으면 굳이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아도 최소 세네 개를 해내는 한국인들과는 달리 멕시칸들은 지시 받은 그 내용, 딱 그것만 한다.


누가 더 옳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우리는 각자의 환경에 맞게 생각하며 성장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조급해하지 말고 서로의 문화와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해줘야 하는 시간이 분명 필요하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야 하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시간을 용납하지 못하지만 말이다.


이런 면에서 신입 사원(한국인)의 경우 오래 버티지 못하고 회사를 떠난다. 한국인과 멕시칸들 사이에서 더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여기에 맞추면 여기에 맞췄다고, 저기에 맞추면 저기에 맞췄다고 한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그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우울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문화적 차이로 올 수 있는 문제를 봤을 때, 그것을 가볍게 넘길 수 있는 유연함과 나와 다른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열린 마음이 해외에서 일을 지구력 있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또한 예상치 못한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강한 정신력도 필요하다.


그들 눈에는 내가 특이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나의 가치관과 의견만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가치관과 의견 또한 존중해 줬을 때 일을 하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멕시코 사람들에게 배우고 싶은 점


내일을 걱정하지 않고 '오늘'을 사는 사람들. 가끔 보면 내일 좀 생각하지, 내일 좀 걱정하지ㅡ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너무 현재를 즐겨서 말이다.


멕시코에서 직원 급여는 관리직은 2주급 생산직은 주급으로 나간다. 모든 멕시코 사람들은 한 달에 두 번 있는 급여일 만을 손 꼽아 기다린다. 그리고 급여 입금일이 곧 급여 출금일이 되기도 한다. 저축을 딱히 안 하고 일단 돈을 쓰고 보는 스타일이다. 은행에 돈을 보관하려면 이자를 주기는 커녕 은행 보관 수수료를 떼가는 걸 보면, 저축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그래서 사람들이 저축에 대한 중요성을 잘 인지하지 못하는 듯 하다.


그래서 일까, 더더욱 현재를 즐긴다. 내일을 고민하지 않고 새벽까지 파티를 즐기고 모임을 갖는다.


약속이 생기면 가기 전부터 몇 시에 출발하고, 어떤 옷을 입고, 언제쯤, 어떻게 집으로 돌아올 지 걱정을 사서 하는 나와는 달리 정말 순간 마음 가는 대로 모든 걸 하는 멕시코 사람들. 흘러가면 흘러가게 놔두는 사람들. 그 마음의 여유를 본 받고 싶다.





출근 첫 날의 웃픈 동영상을 공유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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